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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생일에는 춤을 추겠다' 했던 이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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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기념사업회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727회   작성일Date 22-09-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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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마이뉴스 ⓒ박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66802

    [이희호 탄생 100주년 ④] 여성·인권 운동가 이희호 여사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은 그의 당선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여야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재임 중 IMF 국가 부도의 극복으로 국가 경제의 안정과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평화 통일의 주춧돌을 놓은 큰 업적을 남겼다.

    이희호 여사는 남편 김대중 대통령을 성공한 정치인으로 인도한 조력자다. 2022년 9월 21일은 이희호 여사 탄신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그날을 즈음해 이희호 여사의 인생 역정을 간략히 소묘한다.[편집자말]
    큰사진보기교됴쇼에서 독서하는 김대중
    ▲  교됴쇼에서 독서하는 김대중
    ⓒ 김대중 이희호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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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를 '인생대학'으로 만든 김대중

    김대중은 여러 차례 교도소에 수감되고, 숱한 가택 연금과 해외 망명생활도 했다. 그는 그 기간 동안 차분히 미래를 준비했다. 그 분노의 계절을 '내공의 시간'으로 만들게 한 이도, 또 그 뒷바라지를 한 이도 배우자 이희호였다.

    김대중의 감옥생활 첫째 즐거움은 단연 '독서'였다. 김대중은 감옥에서 보낸 세월은 온통 독서에 빠져 지냈다. 철학, 신학, 정치, 경제, 역사 문학 등 다방면의 책을 읽었다. 이희호는 그런 남편에게 여러 책을 구해서 감옥에 차입했다. 김대중은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약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진리를 깨우칠 일이 없었을 것이다'라고 무릎을 쳤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남편(김대중)만큼 진지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된 이틀 후(1981. 1. 25.) 면회에서 그는 말했다. "이제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났으니 앞으로는 종교적인 책보다 평소 읽고 싶었던 역사, 철학, 신학, 경제, 국방 공부를 더 하고 싶으니 그 분야 책을 넣어주시오"라 했다.

    그는 출소 후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때는 우스갯소리처럼 감방이 그립다고 말한다. 독서와 사색, 그리고 신앙에 집중할 수 있었던 감옥은 그의 영혼을 단련하고 살찌운 진정한 대학이었다. - 이희호 지음 <동행> 237쪽

     

    만년의 김대중 이희호
    ▲  만년의 김대중 이희호
    ⓒ 김대중 이희호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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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이 이희호에게 보낸 편지

    사랑하고 존경하는 당신에게

    나는 매일 기도와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의 우리 현실 속에 내 자신이 신념으로 택한 이 길이기 때문에 불평과 후회 없이 그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걸어갈 작정입니다. 하느님의 정의가 결코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것 자체부터 그분의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더욱이 전국의 수많은 교우들이 기도로써 나를 보살펴주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언제나 큰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감사히 생각한 것은 내가 이렇게 있어도 가족을 위해서 걱정할 아무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당신과 자식들에 대한 감사와 자랑스러운 생각을 언제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당신에 대한 존경과 감사와 그리운 생각은 한층 더합니다. 우리는 사적으로는 가족관계이지만 정신적으로는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동행자'입니다. 현실이 비록 괴롭더라도 우리들의 애정과 행복을 파괴할 수는 없습니다. 나로 인하여 겪을 당신과 가족들, 그리고 비서를 비롯한 동거인들, 모든 형제 친척들이 겪는 정신적, 현실적 고충과 희생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사과와 위로를 보내고 있습니다. 두루 안부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1977. 5, 28.)


    존경하며 사랑하는 당신에게

    세속적으로 볼 때, 나는 결코 좋은 남편도 못되며, 좋은 아버지도 못되었습니다. 그리고 형제들, 친척들에게 얼마나 많은 누를 끼쳤습니까? 또한 가슴 아픈 것은 나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희생과 고난을 당한 사실인데,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메어지는 듯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이 모든 일을 위해서 주님의 은총이 내려지도록 기구하고 또 기구하는 것뿐입니다. 집안에 같이 있는 식구들에게도 나의 간곡한 안부 전해 주시오. (1980. 11. 21.)

    나의 경애하는 당신에게

    오늘로 내가 집을 뜬 지 만 8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가족 친지들의 고초가 얼마나 컸습니까? 당신에 대해서는 감사한 말뿐입니다. 하느님이 돌보셔서 우리 가족과 형제들이 모두 그분 사랑 아래 모이게 되었으며 믿음을 통해서 난관을 극복해왔으니 크신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나는 자랑스러운 아내, 사랑스러운 자식들, 그리고 며느리와 손자들을 가지고 있으니 참 행복합니다. (1981. 1. 17.)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신에게(그리고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여기서 생활은 대부분 독서로 보냅니다. 요즘은 <국부론> <서양철학사> <전쟁과 평화> 등을 읽고 있습니다. 다음 책을 구해 보내주시오. (책 이름 생략) (1981. 10. 28.)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신에게(그리고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당신의 편지로 집 뜰에 있는 꽃들이 모두 시들어버린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기 교도소 국화도 벌써 20여 일 전부터 끝났습니다. 다만 내가 돌봐준 20그루 정도는 아직도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 송이의 꽃에도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를 새삼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이 아시다시피 나는 여러 학문적 독서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은 문학작품도 읽고 있습니다. 바깥에서 미처 몰랐던 인생을 이곳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1981. 11. 27.)

    - 김대중이 이희호에게 <옥중서신1>에서

     

    이희호 탄신 100주년 생일 떡을 자르는 내빈들
    ▲  이희호 탄신 100주년 생일 떡을 자르는 내빈들
    ⓒ 김대중 이희호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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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9월 21일, 이희호 여사 탄신 100주년 기념식이 이희호 여사 추모사업회, 한국여성단체 협의회, 한국 YWCA 연합회 등, 여러 단체의 공동주최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 홀에서 열렸다.

    이날 그 자리에는 생전 이희호의 가족 친지, 비서를 비롯한 이화여대 및 까마득한 이화여고 후배 등 300여 분이 오셔서 축사, 추모사, 회고담, 축하공연 등 여러 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그날 행사의 하나인 지난날 동지였던 이해동 목사의 부인 이종옥 여사의 편지를 소개 한다.
      

    큰사진보기이희호 여사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는 이종옥 선생
    ▲  이희호 여사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는 이종옥 선생
    ⓒ 김대중 이희호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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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생일날에는 춤을 추겠다
     

    이희호 선생님 100회 생신 일에

    선생님을 김대중 대통령님 곁으로 보내드린 지 그새 3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모두 젊은 시절부터 40여 년 동안 억압과 탄압의 슬픈 나날을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와 배려로 잘도 견디며, 그 아픔의 세월을 함께 살아왔습니다.

    교도소에 갇힌 남편들의 투쟁을 바깥에서도 잇고, 그분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때, 선생님은 늘 놀라운 지혜로 기발한 투쟁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희호 선생님! 너무 그립습니다. 지난날 선생님의 60회 생신을 축하해 드릴 장소를 얻지 못해 한 지인의 농장을 빌려 신문지를 깔고 거기서 절을 올렸던 일, 축하 케이크가 녹아내려 낭패했던 일 등등, 그래도 선생님과 함께 했던 그날이기에 마냥 즐거웠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100세 생일날 생존해 있다면 춤을 추시겠다던 그 말씀이 떠오릅니다. 임종의 병상에서 '사랑의 친구들' 잘 지키겠다는 저희들의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선생님, 지금 나라가 몹시 어렵습니다. 하늘에서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우리나라를 꼭 지켜주십시오. 부디 영원한 동행자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인식을 누리시옵소서.

    2022년 9월 21일 이종옥 올림

     

    행사장을 가득 메운 내빈들
    ▲  행사장을 가득 메운 내빈들
    ⓒ 김대중 이희호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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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첨언] 세 번째 만남

    나는 2004년 3월, 교직에서 물러난 뒤 강원 산골로 귀촌했다. 산촌에서 낮은 텃밭을 가꾸고, 밤은 컴퓨터 앞에 앉자 산촌일기를 쓰면서 지낼 때였다. 2008년 11월 초순에 열린 이희호 자서전 <동행> 출판기념회에 초대받았다. 이희호 여사가 굳이 산골 서생을 초대한 것은 그분 막내아드님이 가장 힘들었을 때 곁에 있었다는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나 보다.

    그날 기념식이 끝나자 김대중 이희호 부부는 여러 내빈 가운데 나와 동료교사였던 임무정(전 천안 동성중학교장) 선생을 가장 먼저 부른 뒤 악수와 인사말을 전했다. 그때 이 여사가 내 손을 어찌나 꼭 잡으시는지 그 여운으로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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