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취임선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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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복귀
1993년 7월 4일, 김대중은 영국에서 다시 서울 땅을 밟았다. 김포공항에는 수천 명의 환영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 출입구를 빠져 나와 환영행사장 연단까지 가는 데도 인파로 힘들었다. 행사장에서 기자들이 물었다. "영국에서 구상한, 남북관계에 대한 전향적인 복안이 있나"라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남과 북이 만나야 합니다. 북의 풍부하고도 값싼 노동력과 남의 투자가 합치면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됩니다. 북한은 통일 독일에서 짐만 된 동독의 경우와는 다릅니다."
1994년 1월 27일, DJ는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을 출범시켰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공영의 길을 모색하고, 아시아의 민주발전과 나아기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위한 모체였다. 아태재단은 서울 창천동 아륭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1995년 7월 13일, DJ는 국회의원 51명 결의로 정치 재개를 요청받았다. 그들은 DJ가 전면에 나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DJ는 일시적인 비난을 받더라도 국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이를 수용했다. 그리하여 7월 18일에 DJ는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정계 복귀 성명을 발표했다.
▲ 국무회의 전 국민의례를 하는 김대중 대통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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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시련을 무릅쓰고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 그 노력의 완성을 신당을 통해서 이룩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마지막 봉사를 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비판이 반드시 국민적 수용과 지지로 변화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
저는 지금 가장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편 신당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책임 있게 달성하는 정당으로써, 오늘 제 결단의 충정이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쳐서 노력하겠다는 점을 아울러 다짐하는 바입니다.
▲ 김 대통령 내외 해외순방 출국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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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네 번의 도전 끝에 거머쥔 대권
1995년 9월 5일, 서울올림픽공원에서 '새청치국민회의' 창당대회가 열렸다. 김대중은 총재로 선출되고, 부총재로 조세형, 이종찬, 정대철, 김영배, 김근태와 함께 영입인사로 박상규, 신낙균, 유재건씨가 뽑혔다. 1996년 4월 11일,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신한국당이 139석, 새정치국민회의 79석, 자민련이 50석을 얻었다.
1997년 5월 19일 김대중은 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대통령 선거에 네 번째 도전이었다. 김대중은 여권의 이회창 후보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내각제를 고리로 자민련의 김종필을 끌어들이고, 박태준도 합류시켰다. 이에 이회창도 민주당과 합당해 당명도 한나라당으로 바꾸고, '3김 청산'을 내세우면서 거세게 나왔다. 하지만 당내 이인제가 불복, 국민신당 후보로 출마했다. DJ로서는 호재였다. 이런 상황에 김영삼 정부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사태에 이르자 더욱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마침내 1997년 12월 18일에 치러진 제15대 대통령 선거 결과,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1032만 표(40.3%), 한나라당 이회창 993만 표(38.7%), 국민신당 이인제 492만 표(19.2%)로, 김대중은 39만 표 차로 이회창 후보를 가까스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971년, 1987년, 1992년에 이은 네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1998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 마지막 국무위원들과 기념촬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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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
이날 청와대 안방에서 부부간 나눈 이야기다.
내외가 방 한가운데 나란히 앉아 9시 뉴스를 보면서 오늘의 행사를 되새겨 보니 새삼 감격스러웠다.
김대중 : "갖은 고난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 이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이희호 : "드디어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국민을 잘 살게 해 주세요. 진심으로 축하해요."
김대중 : "당신도 수고가 많았소."
이희호 : "내가 한 일이 뭐 있다고."
김대중 : "아니오. 당신이 없었으면 나에게 오늘이 있었겠소."
그가 나의 손을 쥐었다. 긴장된 긴 하루였다. - 이희호 지음 <동행> 323쪽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김대중 회고록>, 이희호 지음 <동행> 등 수십 권의 참고자료와 동시대 신문 및 여러 사람들의 증언으로 썼습니다.